아빠의 나이, 64세
컴퓨터, 핸드폰과 같은 신문물에 매우 취약하다.
아빠는 젊었을 적 금형 관련된 업무를 했었다. 그러다가 개인 사업장을 꾸리기 시작했으나 IMF가 터지자 기반이 흔들흔들하더니 결국 망하고 말았다. 아빠가 잘 나갔을 때는 우리 집이 맛있는 거를 많이 먹으러 다녔던 기억이 난다.
지금 아빠는 소방기계 쪽 일을 하고 있다. 건물 지하실 등 에서 냉난방 설비, 전기설비 등을 유지보수하는 일이다. 아무래도 시설 유지보수라는 것이 회사에서 돈을 벌 수 있는 메인 업무가 아니다 보니, 청업체와 용역을 맺어 시설 유지보수를 한다. 그러다 보니 회사가 열악하게 운영되는 확률이 높다.
하루는 컴퓨터의 무언가가 잘못되어서 해결을 하려고 하는데 아빠 수준에서 해결을 못하니 나에게 연락이 왔다. 아기를 키우다보니 원격 아닌 원격인 화상통화로 컴퓨터 현 상황을 보면서 해결을 하려고 하였는데 잘 되지 않았다. 내가 알고 있는 버튼의 명칭을 이야기하면 아빠가 바로 눌러줘야 하는데, 그 버튼의 위치와 역할조차도 모르다 보니 진도가 팍팍 나가지 않았고 점차 짜증이 올라왔다.
회사에 이 간단한 거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 없는건가? 왜 이런 거를 일반 직원이 나서서 해결을 해야 하는 상황인거지?
하지만 아빠가 보낸 야유회 사진을 보니 납득할 수 밖에 없었다.
고령화 사회인 대한민국의 미래 회사상이랄까? 직원이 20명 내외인데 젊은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할아버지, 할머니, 아저씨, 아줌마밖에 없었다. 그 인원 중에서는 컴퓨터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결국 주말에 하루 시간을 내서 아빠 회사에 같이 방문하였다.
아빠 회사를 가는 길은 옛날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때까지 살았던 곳을 지나가는 길이다.
우와, 오랜만에 이 길들을 보니 나무들은 더 크고 푸르러 보였고 내가 저 길을 다녔던 회상에 잠기게 되었다.
그러면서 왜인지모를 벅찬 감정이 나를 감싸왔다.
이제 나이 30을 조금 넘겼을 뿐인데, 벌써 과거를 추억하면서 눈물이 나오다니...
친구들과 야자를 하면서 공부했던 게 벌써 15년 전이라니...
풍경을 보며 회상하니 그때의 감정과 그 날의 새벽 공기가 폐 안쪽 깊은 곳까지 닿았던 감각이 떠오른다.
언젠가 포동이가 조금 더 크게 된다면, 남편과 같이 살았던 곳을 가서 거닐고 싶다고 생각됐다.
아빠 회사에 도착하여 컴퓨터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수는 없었고, 커피를 마시고 집에 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그러면서 여러 이야기를 하게 되었는데 그중에 하나가 '건강'이었다.
아빠는 과거에 담배를 끊었던 적이 있다. 하지만 가세가 기울고 심리적으로 힘들다 보니 다시 담배를 시작하게 되었다.
당뇨, 고혈압 등으로 약을 먹고 있는 와중에 담배까지 피우니... 가족이 말을 해도 그때뿐이었다.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아빠가 '연명의료 치료 거부'를 신청했다고 하였다.
연명의료 치료 거부
자신의 연명의료를 시행하지 않거나 중단하기로 하는 결정을 이야기한다.
일전에 친정에 방문했을 때 아빠가 또 담배를 피우러 나가니, 엄마와 언니가 또! 피러 나간다면서 말리게 되었다.
그러던 중 우리들도 심한 말을 하게 되었는데, "나중에 병원에 가게 돼도 돈 없어서 치료도 못해준다"라고 이야기했었다.
(실제로 그렇게 여유가 있지 않으니, 암 치료를 할 만큼의 돈을 지원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아빠가 그 이야기를 듣고 혼자서 생각을 하고 지정기관에 가서 연명치료 거부 신청을 하고 온 것일까?
혼자서 치료거부 동의서에 서명하기까지 어떤 생각을 하였을까
아빠와의 데이트를 했던 이날, 나는 과거의 나를 생각하며 추억에 잠겼고 부모님이 많이 늙었다는 것을 느끼게 된 하루였다.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어떻게 죽음을 받아들일지, 어떻게 준비를 할지가 중요하다.
하루하루 더 재미있고 행복하게 살고, 아침에 눈 떴음을 감사하고...
부모님이 아직 살아계심에 감사하고 더 많이 찾아뵙고 얼굴을 비춰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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